가짜라서 다행이야, 진짜같은 ‘페이크 퍼’ 열풍
| 인기 끄는 가짜 모피 제품
모두가 진짜를 원한다. 오리지널이 아니면 대접 받기 힘들고, 진정성 없는 발언은 쉽게 비난 받는다. 그런데 패션에선 되레 가짜가 인기를 끈다. 페이크 퍼(fake fur·가짜 모피) 얘기다. 싸구려라는 과거 이미지를 벗고 최근엔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패스트 패션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까지 가짜를 반긴다. 동물 애호가가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 과시보다 재미와 취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패션업계가 움직이지면서 생긴 변화다. 페이크 퍼를 만드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모두가 한결같이 이야기 한다. 가짜라서 다행이라고.
① 무스탕 스타일의 코트. 래비티. ② 멀티 컬러로 소매를 장식한 코트. SJYP. ③ 화사한 하늘색이 돋보이는 반코트. 뎁. ④ 블랙과 핑크의 대비를 준 재킷. 세컨플로어. ⑤ 풍성한 긴 털이 눈에 띄는 조끼. 길트프리. ⑥ 오렌지 컬러로 포인트를 준 머플러. 세컨플로어. ⑦ 동물의 털을 그대로 옮긴듯한 쇼트재킷. 몰리올리. ⑧ 페이크퍼 제품 중 가장 인기 많은 호피무늬 코트. 스텔라 매카트니. ⑨ 양털처럼 꼬불꼴불한 퍼로 가공한 코트. 마리메꼬. ⑩ 노란색 무스탕 스타일의 점퍼. 아이아이.
‘페이크’ 앞세운 브랜드까지 등장
페이크 퍼 제품은 이제 안 만드는 브랜드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국내외 매장마다 너나없이 ‘가짜’를 내세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저가로 공략하는 자라·H&M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주로 활용했다면 최근엔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페이크 퍼를 탐하기 시작했다. 김주현 신세계인터내셔날 과장(여성복 마케팅 담당)은 “캐시미어 코트, 오리털 패딩 유행처럼 페이크 퍼가 올 가을·겨울 하나의 유행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호피무늬 핸드백(왼쪽)과 털방울로 포인트를 준 에센셜의 가방.이미 1990년대부터 사용돼 온 페이크 퍼가 새삼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동물애호가이며 채식주의자인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리얼 퍼(진짜 모피)를 쓰지 않는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2015년 프리폴 컬렉션에서 페이크 퍼로 코트·조끼·모자 등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매카트니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드리스 반 노튼,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 케이트 스페이드 등이 ‘가짜’에 적극 동참하더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앞으로 리얼 퍼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페이크 퍼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 브랜드 ‘쉬림프(shrimp)’는 이런 바람을 타고 파리의 대표 백화점 ‘봉 마르셰’에서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컷·SJYP·푸시버튼 등이 앞다퉈 페이크 퍼 제품을 내놓았고, 앤디앤뎁의 세컨드 브랜드인 뎁은 페이크 퍼만 대상으로 선주문(pre-order) 기획전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아예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도 증가하는 추세다. 길트프리·래비티·몰리올리 등이 대표적으로, 매 시즌 매출을 2배 이상 늘려가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품질 좋아지고 트렌드와도 맞물려
진짜 모피 제품처럼 페이크 퍼 역시 코트·조끼·망토 등 외투류와 가방·머플러 등 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디자인은 대부분 확 튈 정도로 화려하다. 에메랄드·핑크·초록 등 원색은 기본이고, 호피무늬나 스트라이프·체크 등 갖가지 무늬를 볼 수 있다. 요즘은 진짜와 가짜 털을 패치워크 하거나, 데님·우븐(직기로 짠 직물)과 섞기도 한다. 가격은 진짜 모피의 10분의 1 수준. 10만~50만원 대의 아우터가 주를 이룬다.
반전은 촉감과 보온성이다. 실제 만져 보고 입어 보면 진짜로 착각할 정도다. 뻣뻣하거나 털이 자꾸 빠질 것 같은 페이크 퍼의 선입견이 사라진다. 디자이너들은 질 좋은 원단 개발과 가공법의 발전이 페이크 퍼의 인기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몰리올리의 김진선 디자이너는 “품질만 괜찮다면 만드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이나 다양한 디자인을 펼칠 수 있는 페이크 퍼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90년대 페이크 퍼는 폴리에스테르 합성 천과 털을 사용해 둘을 본드로 붙였다면, 이제는 모직과 흡사한 아크릴 소재에 실로 꿰매 접착시키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털 자체도 예전에는 깎은 밍크코트처럼 1cm 내외의 짧은 길이가 대다수였지만 요즘은 긴 털, 무스탕 느낌의 양털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염색 역시 명도·채도를 조절하면서 고급스러워졌다. 페이크 퍼를 즐겨 입는다는 패션 모델 이유는 “진짜 모피보다 젊어 보이고, 때론 빈티지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형형색색 페이크 퍼의 화려함은 리얼 퍼의 트렌드와도 그닥 다르지 않다. 검정·브라운이 주를 이루던 리얼 퍼 역시 요즘엔 튀는 디자인이 대세다. 카키 색 바탕에 노란 별 무늬를 박는다거나(발렌티노), 색동 같은 색색의 줄무늬를 선보이는 식이다(미쏘니). 럭셔리 브랜드들은 모피 가공 기술력과 제작 기법을 뽐내려 이같은 컬러와 패턴을 내놓는다. 그런데 페이크 퍼도 전혀 어렵지 않게 비슷한 외양의 제품을 출시한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진짜가 가짜를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재미와 의미 모두 찾는 라이프스타일
페이크 퍼의 인기는 반짝 트렌드 그 의상의 의미를 지닌다. 옷 중에서도 최고의 부와 지위를 상징하던 모피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제 모피같은 럭셔리 패션에서조차 과시가 아닌 기호 중심으로 선택한다. 래비티의 최은경 디자이너는 “가짜이기 때문에 오히려 찾는 이들이 많다”면서 “이미 해외 스트리트 패션에서 익숙하게 봐 오면서 ‘재미있네’라며 지갑을 열 뿐, 싸구려라는 식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션 트렌드 분석회사 트렌드랩 506의 이정민 대표는 페이크 퍼의 유행이 일상적인 행동에 재미와 의미를 담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커피숍에서 1회용컵 대신 개성 있는 텀플러를 쓰고, 얼음물을 뒤집어 쓰며 기부를 하는 일과 일맥 상통한다는 뜻이다. “적당한 가격에 개성 있게 멋을 내는 일차적 목적을 취하면서 동시에 동물 애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따르려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개·고양이를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세태가 더해지기도 했다.
페이크 퍼를 일부러 만들고, 또 굳이 찾아 입는다는 이들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길트프리의 이영리 디자이너는 “옷을 만들면서 화려함을 포기할 수 없고 죄책감은 갖고 싶지 않아 대안으로 페이크 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진짜처럼 만드는 데 비중을 뒀지만 한두 번 입어 본 손님들이 가짜라서 더 좋다고 반응하기에 디자인을 더 다양하게 확장시켰단다.
권자원(프리랜서 패션 컨설턴트·39)씨는 얼마 전 갖고 있던 모피 제품을 벼룩시장에 내놓았다. 개를 키우다 모피 제작과정을 우연히 접한 이후 진짜 모피에 손이 가지 않게 됐고, 내가 입는 작은 노출 하나가 주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권씨는 “오히려 요즘에는 페이크 퍼를 입고 나가면 좀 개념 있구나, 라는 인정을 받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했다.
모두가 진짜를 원한다. 오리지널이 아니면 대접 받기 힘들고, 진정성 없는 발언은 쉽게 비난 받는다. 그런데 패션에선 되레 가짜가 인기를 끈다. 페이크 퍼(fake fur·가짜 모피) 얘기다. 싸구려라는 과거 이미지를 벗고 최근엔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패스트 패션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까지 가짜를 반긴다. 동물 애호가가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 과시보다 재미와 취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패션업계가 움직이지면서 생긴 변화다. 페이크 퍼를 만드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모두가 한결같이 이야기 한다. 가짜라서 다행이라고.

‘페이크’ 앞세운 브랜드까지 등장
페이크 퍼 제품은 이제 안 만드는 브랜드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국내외 매장마다 너나없이 ‘가짜’를 내세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저가로 공략하는 자라·H&M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주로 활용했다면 최근엔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페이크 퍼를 탐하기 시작했다. 김주현 신세계인터내셔날 과장(여성복 마케팅 담당)은 “캐시미어 코트, 오리털 패딩 유행처럼 페이크 퍼가 올 가을·겨울 하나의 유행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매카트니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드리스 반 노튼,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 케이트 스페이드 등이 ‘가짜’에 적극 동참하더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앞으로 리얼 퍼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페이크 퍼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 브랜드 ‘쉬림프(shrimp)’는 이런 바람을 타고 파리의 대표 백화점 ‘봉 마르셰’에서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컷·SJYP·푸시버튼 등이 앞다퉈 페이크 퍼 제품을 내놓았고, 앤디앤뎁의 세컨드 브랜드인 뎁은 페이크 퍼만 대상으로 선주문(pre-order) 기획전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아예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도 증가하는 추세다. 길트프리·래비티·몰리올리 등이 대표적으로, 매 시즌 매출을 2배 이상 늘려가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품질 좋아지고 트렌드와도 맞물려
진짜 모피 제품처럼 페이크 퍼 역시 코트·조끼·망토 등 외투류와 가방·머플러 등 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디자인은 대부분 확 튈 정도로 화려하다. 에메랄드·핑크·초록 등 원색은 기본이고, 호피무늬나 스트라이프·체크 등 갖가지 무늬를 볼 수 있다. 요즘은 진짜와 가짜 털을 패치워크 하거나, 데님·우븐(직기로 짠 직물)과 섞기도 한다. 가격은 진짜 모피의 10분의 1 수준. 10만~50만원 대의 아우터가 주를 이룬다.
반전은 촉감과 보온성이다. 실제 만져 보고 입어 보면 진짜로 착각할 정도다. 뻣뻣하거나 털이 자꾸 빠질 것 같은 페이크 퍼의 선입견이 사라진다. 디자이너들은 질 좋은 원단 개발과 가공법의 발전이 페이크 퍼의 인기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몰리올리의 김진선 디자이너는 “품질만 괜찮다면 만드는 사람이나 입는 사람이나 다양한 디자인을 펼칠 수 있는 페이크 퍼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90년대 페이크 퍼는 폴리에스테르 합성 천과 털을 사용해 둘을 본드로 붙였다면, 이제는 모직과 흡사한 아크릴 소재에 실로 꿰매 접착시키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털 자체도 예전에는 깎은 밍크코트처럼 1cm 내외의 짧은 길이가 대다수였지만 요즘은 긴 털, 무스탕 느낌의 양털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염색 역시 명도·채도를 조절하면서 고급스러워졌다. 페이크 퍼를 즐겨 입는다는 패션 모델 이유는 “진짜 모피보다 젊어 보이고, 때론 빈티지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형형색색 페이크 퍼의 화려함은 리얼 퍼의 트렌드와도 그닥 다르지 않다. 검정·브라운이 주를 이루던 리얼 퍼 역시 요즘엔 튀는 디자인이 대세다. 카키 색 바탕에 노란 별 무늬를 박는다거나(발렌티노), 색동 같은 색색의 줄무늬를 선보이는 식이다(미쏘니). 럭셔리 브랜드들은 모피 가공 기술력과 제작 기법을 뽐내려 이같은 컬러와 패턴을 내놓는다. 그런데 페이크 퍼도 전혀 어렵지 않게 비슷한 외양의 제품을 출시한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진짜가 가짜를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재미와 의미 모두 찾는 라이프스타일
페이크 퍼의 인기는 반짝 트렌드 그 의상의 의미를 지닌다. 옷 중에서도 최고의 부와 지위를 상징하던 모피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제 모피같은 럭셔리 패션에서조차 과시가 아닌 기호 중심으로 선택한다. 래비티의 최은경 디자이너는 “가짜이기 때문에 오히려 찾는 이들이 많다”면서 “이미 해외 스트리트 패션에서 익숙하게 봐 오면서 ‘재미있네’라며 지갑을 열 뿐, 싸구려라는 식으로만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션 트렌드 분석회사 트렌드랩 506의 이정민 대표는 페이크 퍼의 유행이 일상적인 행동에 재미와 의미를 담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커피숍에서 1회용컵 대신 개성 있는 텀플러를 쓰고, 얼음물을 뒤집어 쓰며 기부를 하는 일과 일맥 상통한다는 뜻이다. “적당한 가격에 개성 있게 멋을 내는 일차적 목적을 취하면서 동시에 동물 애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따르려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개·고양이를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세태가 더해지기도 했다.
페이크 퍼를 일부러 만들고, 또 굳이 찾아 입는다는 이들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길트프리의 이영리 디자이너는 “옷을 만들면서 화려함을 포기할 수 없고 죄책감은 갖고 싶지 않아 대안으로 페이크 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진짜처럼 만드는 데 비중을 뒀지만 한두 번 입어 본 손님들이 가짜라서 더 좋다고 반응하기에 디자인을 더 다양하게 확장시켰단다.
권자원(프리랜서 패션 컨설턴트·39)씨는 얼마 전 갖고 있던 모피 제품을 벼룩시장에 내놓았다. 개를 키우다 모피 제작과정을 우연히 접한 이후 진짜 모피에 손이 가지 않게 됐고, 내가 입는 작은 노출 하나가 주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권씨는 “오히려 요즘에는 페이크 퍼를 입고 나가면 좀 개념 있구나, 라는 인정을 받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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